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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식 사워도우…‘생활의 달인’ 박소윤, 정성과 기다림의 빵→삶의 울림 #생활의달인 #박소윤 #사워도우
서울 어느 빵집의 창가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노릇하게 빚어진 사워도우 향이 번져나간다.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검은 호밀과 통밀이 어우러진 산미와 깊은 구수함이 숨은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SBS ‘생활의 달인’ 1002회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맥을 잇는 박소윤 달인이 만들어내는 정통 사워도우 뒤에 깃든 시간을 비춘다. 박소윤 달인은 온전히 기다림에 집중했다. 36시간 동안 천천히 숨 쉬는 발효 반죽, 유기농 통밀가루, 아보카도 씨앗을 우려낸 물까지 모든 과정마다 손끝의 세심함과 사람을 향한 철학이 녹아든다. 첨가물 없이 이룬 건강한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여기에 아몬드 버터, 신선한 아보카도, 연어를 곁들여 오픈 토스트로 변주하면, 빵은 온전한 한 끼와 기쁨이 된다. 박소윤 달인은 “하루라도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는 빵을 굽겠다”며 자신이 놓치지 않는 마음을 담는다.
같은 시간, 다른 주방에서는 반죽 위에서 무거운 대나무 봉이 힘 있게 움직인다. 2m 50cm의 대나무 봉을 탁월하게 다루는 이종훈 달인의 칼국수 반죽은 일종의 곡예에 가깝다. 한쪽 발로 무게를 싣고, 균형 잡힌 박자로 칼국수 면을 눌러내면, 오롯이 달인만이 만들어내는 탱탱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주방의 긴장과 반복, 그리고 작은 차이가 만들어내는 깊은 면의 세계가 펼쳐진다. 탄력과 찰기가 독특한 식감의 칼국수는 반죽 과정마다 드러나는 장인의 집념을 담았다.
샌프란시스코식 사워도우…‘생활의 달인’ 박소윤, 정성과 기다림의 빵→삶의 울림 / SBS
진천의 작은 식혜 공장에는 새벽마다 노련한 손이 터지는 식혜 캔의 소리가 울린다. 박성찬 달인은 하루에도 수백 개의 식혜 캔을 빠른 손놀림으로 따낸다. 단순히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매일 직접 맛, 향, 색을 꼼꼼히 검수하며, 5만 개가 넘는 캔 뚜껑의 경력이 여기에 녹아든다. 같은 공장 한편에서는 정재완 달인이 외관과 포장의 미세한 흠집까지 파고들며, 손끝의 감각만이 판단할 수 있는 품질의 숨은 기준을 세운다. 두 달인의 노고가 더해져 한 캔의 식혜가 안전하게 소비자의 손에 닿는다.
대구의 오래된 골목에는 한 자리에 세월을 묻은 메밀비빔국수집이 있다. 어머니의 손끝을 딸이 이어받아 2대째, 30년 동안 그 맛을 지켜오고 있다. 매콤새콤하고 자작한 양념에 쌀뜨물・볶은 옥수수・동치미가 어우러져 국수는 더욱 깊은 풍미로 다가온다. 메밀면 위에 단무지, 깨, 땅콩가루가 소박하게 올려지면, 속부터 뜨끈해지는 그리운 한 그릇이 완성된다. 애호박향 가득한 메밀국수 역시 시장의 든든한 하루를 만든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이어지는 국수의 온기는 손님들의 일상에도 작은 위로가 된다.
마사지 달인이라 불리는 올해 아홉 살의 이윤재 군 역시 가족을 위한 손길에서 달인의 길을 찾았다. 두 팔로 종아리는 힘차게 풀고, 발바닥까지 섬세하게 눌러내는 그의 기술은 엄마의 고단함을 줄이고 싶었던 어린 효심에서 비롯됐다. 쓸고, 밟고, 튕기고, 야무진 손끝에는 사랑과 호기심이 어우러진다. 온 가족이 기다릴 만큼 이윤재 군의 마사지는 필수 의식이 됐다. “엄마가 운동하고 힘들어하면 내가 도와주고 싶다”는 아이의 한마디엔 애틋한 진심이 남는다.
생활의 달인 더빙실에서 목소리를 담아낸 양희은 씨의 특별한 미식 탐방도 이어진다. 방송 녹음을 마치면 늘 한 걸음에 찾아간다는 ‘양희은 PICK’ 맛집들, 시간이 지나도 입맛을 사로잡는 비범한 곳들을 다시금 뽑아낸다. 전주의 김밥, 강동구의 김치, 인천 남동구의 고기덮밥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긴 시간 인정받아 온 장인들의 음식은 삶의 작은 축제이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식탁, 온기를 나누는 물음, 그리고 작은 손끝에 담긴 진심. ‘생활의 달인’은 오늘도 보통의 자리에서 비범함을 일궈낸다. 한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빚어낸 음식 한 점, 손끝의 기술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미묘하고 단단한 울림을 전한다. SBS ‘생활의 달인’ 1002회는 9월 29일 월요일 밤, 변함없는 감동을 다시 전한다.